매화차와 파전 저 아랫집에서 선녀씨가 매화를 꺾어왔다 찻잔에 잘린 매화를 떨어뜨리고 올케언니는 파전을 부쳤다. 텔레비젼엔 코로나 얘기로 계속 확진자만 늘어가고 하동에서 보내는 토요일 한낮은 맛이 없는 매화차를 눈으로 즐기는 중이다. 카테고리 없음 2020.02.29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ㅡ류시화 고대 수피의 이야기에 나오는 중동지방의 어느 왕이 행복과 절망이 끊임없이 오가는 자신을 보면서 현자를 불렀다. 당신처럼 되고 싶다는 왕의 말을 듣고 옥으로 조각을 새긴 금반지를 왕에게 선물한다. 그 반지에 새겨진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란 글귀! 무슨 일이 일어나면 좋.. 카테고리 없음 2020.02.19
냥이의 한나절 주일마다 보던 주인이 맞는지 살피는 모양이다. 문을 열면 휙 도망 가다 다시 그 자리에 와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오빠의 전원주택에서 보내는 나의 한나절은 냥이에겐 낯선 일일 테지만 어제만 해도 구석에서 훔쳐보던 냥이가 이젠 정면을 향해 빤히 쳐다본다. 이럴 땐 먹이.. 카테고리 없음 2020.02.11
지윤이의 일기장 일본의 시 형식 중에 하나인 바쇼의 하이쿠 시가 있으면 우리나라에선 선시가 있다. 아이의 언어는 하이쿠이며 선시다. 어른들이 감히 흉내낼 수 없는 직관적인 있는 그대로 보는 시선은 어떤 사심도 없고 생각에서 나온 것도 아니다. 초등학교 1학년 울 지윤이의 일기장에 쓰인 .. 카테고리 없음 2020.01.28
옹기종기문예출판회 지하철 역에서 사람들은 더 이상 한물간 슈퍼맨을 찾지 않았다 지하철 2호선 계단에서 문은 닫혔다 멈춘 시간을 돌돌 말아 신문지로 덕지덕지 세상을 덮었다 지하철 계단에 쉼표 하나 찍고 부도난 한소절 쉬는 중이다 지하철 타는 곳 오가는 얼굴들이 한 마디씩 거든다 무장된 그.. 카테고리 없음 2019.12.28
울산문학ㅡ90 시인은 모든 감각이 오랫동안 굉장히 그리고 합리적으로 교환됨으로써 저절로 선지자가 되고 예견자가 된다. 그는 온갖 형태의 사람과 고통과 광기를 다 겪음으로써 선지자가 되는 것이다. 시인은 자신의 몸과 마음에 있는 것을 샅샅이 다 살피고 자신의 몸과 마음 속에 스며든 .. 카테고리 없음 2019.12.27
황금비늘ㅡ이외수 금선어 ㅡ영혼이 증류수처럼 투명해야만 보인다는 물고기 마음을 비우고 영안을 통해서만 보인다는 황금비늘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이 시대에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카테고리 없음 2019.12.17
마디 ㅡ출판기념회 사람이 산다는 건 호흡하는 일이다. 호흡할 수 있는 것도 사랑 때문이다. 사랑문학회 출판기념을 어제 치루고 나니 진짜 산다는 걸 실감했던 하루였다. 이 기록을 남긴다. 카테고리 없음 2019.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