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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동 대우독서회

꽃귀신 2018. 7. 26. 23:59

 

 

 

 

 

 

 

 

 

 

 

 

오늘 처음으로 전문가들 앞에서

모임을 이끌어 간다는 것에 대해

어떤 쾌감과 떨림이 복합적이었다.

남창역에서 기차로 부전역에 도착

지하철로 자갈치까지 왔다.

모임 시간이 남아서

커피 800원짜리 찻집에서 시원하게 1시간을 보냈다.

더위에 지친 아줌마가 들어오면서

내게 말을 걸었다.

한 시간이 금방 가버리고...

낯설지 않은 부산이지만

다른 동네에서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는 여행에서 느끼는

푸짐함, 그 누구도 다 이해될 것 같은 설렘이었다.

요즘 계속 우울해지면서 연방 실수해버리는 언어들과 행동들

거기다 에어컨, 컴퓨터, 폰까지 말썽을 부리니

죽을 맛이었는데...

독서모임을 위한 나들이가 기분을 전환시켰다.

 

시는 느끼는 것이고

굳이 설명이 필요 없다.

문태준의 시를

견딤의 미학이라고들 한다

견딤은 참고 인내하는 것이 아닌

그 자리에 그 자체로 그냥 있는 것

그것은 있어주는 것도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닌

그냥 그 자체로 서 있는 것이 견딤이다.

처음 모임을 시작하면서 문태준의 시를 낭송했다.

그의 시에서 느끼는

편안함과 저편 그리움

호흡에서 호흡으로 숨 죽이는

먼 아득함으로

눈시울 붉어지는 저녁으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