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를 마치고 딸내미가 밥을 같이 먹자고 집 앞까지 왔다.
친구랑 동행해서 왔다.
딸내미 친구가 선물로 가져온 빨간 화분
새끼 풍뎅이가 사다리를 타고 기어오르는 모양새가
꼭 새끼가지 궁둥이처럼 뽕실뽕실거리는 것만 같다.
갈비를 뜯고 간절곶을 지나 간판없는 찻집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별로 한 일도 없는데 몇 시간이 흐르고
순간을 남기는 것은 사진 뿐이니
어딜가나 기록을 남기는 일에 바쁘다.
어두웠던 과거로부터 좀 더 멀어지기 위한 시간을
쓰는 일이란
새롭고 정서적인 시간을 갖는 일이다.
내 기억 속 도화지에 어둔 그림자가 있다면
잔잔한 햇볕 내리는 양지를 그려 넣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