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부전역에서 아주버니 내외를 만나기로 했다.
형제와 동서지간에 재밌는 놀이가 시장 구경이다.
시댁 식구들이 어릴 때 살았던 동네를 훑어보고
골동품 가게며 철길이었던 곳에 생겨난
철둑시장이며 중앙시장을 거쳐서 부전시장을 끝으로
추억을 더듬는 형제의 이야기들이 곳곳에 묻어났다.
아직도 그때의 건물들이 그대로인 채
푹 퍼져버릴 것처럼 위태위태했다.
폐수가 흐르는 범전지역 무지개다리에서
형제는 자장면 얘기가 시작되었다.
면이 검은 자장면을 처음 보았을 때
무서워서 도망간 얘기
의상실이란 간판을 달고 있는 거리가
참말로 촌스럽고 후졌다.
그 후지고 촌스럽다는 말이 정겹다는 말과
동의어라는 걸 실감하는 거리
두 형제가 기억하는 그 시간 속엔
끈끈한 어떤 동심이 살아 움직였다.
저 흔적들이 사라지기라도 할까
다시 눈에 꼭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