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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ㆍ4 사랑나무

꽃귀신 2017. 12. 5. 23:15

 

내 손은 물감의 번호를 찾아 사랑을 그린다.

사랑나무 한 그루 키우기란

밤새 찾아오지 않는 잠을 밀쳐 두고

나무의 안을 들여다보는 것

안은 활자에 새겨진 관념이 없고

아무 뜻도 없는 그냥 그렸을 사랑 한 그루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라던데

태초에 사랑의 갈증으로 헤엄쳐 온

물고기 한 마리가 나무에 걸렸다.

참 많이도 울었을...

붓은 그 울음소리로 떨다 그만 목이 멘다.

한사코 붓끝따라 나서는

정지된 시간 속으로 빨려간다.

 

번호따라 나서는 손끝이

완성이라는 성취감에 중독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