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은 물감의 번호를 찾아 사랑을 그린다.
사랑나무 한 그루 키우기란
밤새 찾아오지 않는 잠을 밀쳐 두고
나무의 안을 들여다보는 것
안은 활자에 새겨진 관념이 없고
아무 뜻도 없는 그냥 그렸을 사랑 한 그루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라던데
태초에 사랑의 갈증으로 헤엄쳐 온
물고기 한 마리가 나무에 걸렸다.
참 많이도 울었을...
붓은 그 울음소리로 떨다 그만 목이 멘다.
한사코 붓끝따라 나서는
정지된 시간 속으로 빨려간다.
번호따라 나서는 손끝이
완성이라는 성취감에 중독 된 것 같다.